스페인 사람들과 일하며 느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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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한지 어느덧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금까지 스페인 사람들과 섞여 일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건 필자가 모든 직종에서 일을 해 본 것은 아니라서 ‘스페인은 대체적으로 그렇구나’ 정도로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다.



1) 수평관계

직원들 간의 관계가 한국처럼 수직(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라는 점이다.
심지어 상사라고 해도 단지 직책이 다를 뿐 서로 동등한 관계로 대한다.

이건 장단점이 있을 수 있는데, 한국처럼 상사에게 갑질을 당하며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선배라고 텃세를 부리거나 하는 경우가 적은 건 장점이다.

한편 관리자들에게는 수평관계가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왜냐면 직원들이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물론 상사도 직원들에게 부드럽게 지시를 하고, 직원들도 상사가 시키면 잘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형(?) 관계에 익숙했던 나는 처음엔 동료들 사이에서 약간 눈치도 보고 그랬는데 한 동료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우린 네 상사가 아니라 동료들이니까 편하게 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2) 쉬지 않고 떠든다

스페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말이 많다. 가끔은 어떻게 8시간 동안 저렇게 쉬지도 않고 말을 하는거지? 싶을 때가 있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종일 있어야 하니 지루한 건 알겠는데, 정말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건 아니다. 기계가 오래돼서 신경써야 할 점이 아주 많다;)

가끔 동료 한 명과 단둘이 일할 때가 있는데 난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혼자 일해왔기도 하고, 원체 말이 없는 편이라 말 없이 일에 집중하곤 한다. 다른 언어로 내뱉을 때 한번 머릿속에서 한/스 변환을 하는 것도 에너지를 꽤 많이 소비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면 간혹 그런걸 못 견뎌 하는 동료가 있다. 아무 얘기나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이젠 다들 내가 말이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기도 하고, 나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농담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서로 놀리고 장난 치는 경우도 많다.

나도 가끔 농담을 받아치거나 하면 아주 재밌어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농담까지 알아들을 레벨은 아니라서 그냥 웃어넘기거나 그게 무슨 뜻이냐 물어보곤 하는데, 농담이 무슨 뜻인지 설명한다는 건 재미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건 여러분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젠 나에게 농담도 잘 안 한다. (솔직히 이게 편하다 ㅎㅎ)

3) 칼출근, 칼퇴근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근무 시간이 끝나자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바로 퇴근을 하는 직원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그 정도로 드라마틱 하진 않지만 엄청난 주문량을 급하게 채워야 하는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정시에 퇴근을 한다.
가끔씩 뒷정리를 하느라 고작 3, 4분 늦게 탈의실로 향할 때가 있는데 이미 아무도 없어서 텅 빈 일터를 보면 아직도 신기한 느낌이다. 물론 나도 정시 퇴근이 너무 좋지만, 어쩔 땐 너무 기계 같달까.
하긴 거의 미니멈의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는 건데 칼퇴근 해야지! 😖

4) No 빨리빨리

난 누군가 지시를 하거나 지켜보고 있으면 긴장해서 왠지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그럼 사람들은 진정해라, 서두를 필요 없어,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이런 식의 말을 해주곤 한다. 그렇다고 다들 세월아 네월아 일을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느릿느릿 해도 스페인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ㅇ.. (?)
여튼 무엇인가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있다. 이건 직종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전에 주방에서 일했을 적엔 밀려드는 주문에 쫓겨서 정말 미친듯이 빠르게 일해야 했다. 피크 타임 때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덤이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한국에서처럼 쫓기듯 일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스페인에서 일한다는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공휴일이 있고, 내 경우엔 2주의 여름 휴가를 받았다.
그래서 8월엔 휴가가 있어서 2주만 일했고, 오는 금요일인 9월 7일엔 공휴일이 있다. 회사에서는 공휴일이 목요일이니 목요일에는 일하고 금토일 쉬라고 휴일을 바꿔주는 센스까지..!
10월에도, 11월에도, 12월에도 공휴일이 있다.
아아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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