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주하는 곳은 세라믹으로 유명한 작은 도시다.
도시라고 해봤자 인구는 8만 정도고, 이 정도 규모의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양질의 일자리 구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이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마드리드로 출퇴근을 한다. 나도 잠깐 마드리드로 일하러 다닌 적이 있는데 일어나서 씻고 버스터미널에 가고 기다리고 하는 시간까지 다 합해서 왕복 6시간 정도가 걸렸다. 마드리드로 집을 옮길까 하고 계산해보니 남는 돈이 없고.. 그래서 꾸역꾸역 출퇴근을 했었다.

요새는 집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편집디자인이 본업이었지만 가끔 난 창의적인 것과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런저런 알바를 했던 지난 날을 돌아보니 난 단순반복 업무가 적성에 맞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공장에서 연락이 왔을 때 한 번 해볼까? 싶어 인터뷰를 보러 갔었다.

결론적으로, 적성에 맞는 것 같긴 하다 😅
역시 공장이라고 하면 단순반복 업무의 끝판왕 아니겠는가?
내가 일하는 공장은 칵테일의 재료로 들어가는 음료와 시럽을 생산하는 곳이다. 제품에 붙어 나가는 라벨을 읽어보니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 된 시럽 공장이라고 한다. 현재 3대째 회사가 운영되고 있으며, 스페인을 비롯한 다른 몇몇 국가에도 법인이 세워져 있고 제품은 전세계의 칵테일 바로 수출되고 있다.
이렇게 거창하게 써놓아봤자 난 생산라인에 서 있는 한 부품일 뿐이고 막상 일 해보니 역시 공장 일은 오래 할만한게 되진 않는 것 같다. 힘든 건 이제 몸이 적응해서 괜찮은데, ‘배우는 게 없다’.

사실 주변인의 소개로 취업하게 됐는데, 업주와 그 지인이 친한 사이여서 자주 만난다고 한다. 한데 업주가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서 한 번 추천해 본 것이고, 업주도 나와 인터뷰를 해 보니 관련 경력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 지인 봐서 한 번 써본 거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그 업주는(내 상사는) 한국인의 맛을 봐 버리고 만 것이었다(내가 최초이자 유일한 동양인 직원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너무 예의바르고 일도 잘 한다고 너무 맘에 들어한다. 동료들을 포함해서 특히 많은 칭찬을 들었던 부분은, 한 번만 알려줘도 알아서 한다는 것. 특별히 눈에 띌려고 열심히 하거나 한 건 아닌데 적당히 해도 이 정도라면, 대체 다른 사람들은 일을 어떻게 한다는 거야?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여튼 덕분에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지만 시기하는 적들도 꽤 있는 편이다. 그래도 소위 말하는 못 배운(예의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달리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어차피 스페인어도 100% 알아듣는 건 아니라서 데미지는 많이 상쇄되는 편이다(ㅎㅎ).

아참, 그래서 원래 일한 기간이 짧으면 휴가가 나오지 않는데 이례적으로 3달 일하고 2주나 휴가를 받았다. 같은 날에 입사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도 받았겠거니 했는데 그 사람은 휴가 같은거 안 줬다고 했다. 회사의 편애 덕분에 적이 점점 더 늘고 있는 느낌이다.
하루 같은 일주일이 휙 지나가고 이제 이번 주만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휴가 동안 대부분은 편집디자인 일을 하며 보냈기에 좀 아쉽다. 이 홈페이지에 못 채워넣었던 자료들도 다 채워넣었고, 이제 모바일 디자인만 손 보면 되는데 아쉽긴 해도 나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유튜브는 투잡을 뛰다보니 확실히 업로드란 불가능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런 글이야 30분 정도 내서 쓸 수 있지만 영상은 보통 몇 시간 단위로 걸리다 보니 앞으로는 shorts를 위주로 할까, 이 블로그를 위주로 할까 이런 고민도 하는 중이다. 구독자 분들에게는 많이 미안한 마음 뿐이다.